[review]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Posted 2008/01/28 17:03희망을 잃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서 티켓을 구매한 관객들은 과연 이 영화를 통해서 무엇을 보기를 기대하였던 것일까? 이 영화는 2004년의 아테네올림픽 여자 핸드볼팀이 아쉽게 결승전에 패배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즉, 이미 대부분의 관객들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았다는 것이다. 배우들이 몇 달간 혹독하게 핸드볼 트레이닝을 했다는 소문만 듣고는 역동적인 스포츠 경기장면이 주를 이루는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이 있다면 분명 포스터나 예고편에서 임순례 감독의 이름을 그냥 지나쳐버린 사람이 분명하다.
그렇다. 이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온 관객이라면 극적인 반전이나 한 주인공의 영웅담 같은 활약으로 치장된 현란한 스포츠 영화를 기대한 것이 아니다. 뭔가 다른, 가슴에 남을 만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녀들 생애 최고의 순간을 함께 느끼고 싶어서 이 영화를 선택하였을 것이다. 바로 그것, 그 이야기를 얼마나 진실되고 공감되게 보여주었는가 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감상포인트일 것이다.
이 영화는 마치, 그녀들 생애 최고의 순간 그 아름다운 추억을 미소를 머금고 회상하여 보는 것처럼 따스하고 잔잔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그 추억속에는 영화에서 보여지듯이 슬픈 일, 괴로운 일, 우여곡절, 갈등 등이 분명 있었음에도 영화는 되도록 우울하지 않은 모습이려 하고 오히려 유쾌한 리듬을 유지하려 하며 담백한 어조의 담담한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그속에서 온정어린 따듯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것이 바로 이런 시선이었다. 생각해보면 생애 최고의 순간이란 정말 그런 것이 아닐까. 희로애락의 터널을 지나, ‘행복’이든 ‘무엇’이든 어쩌면 적당한 표현이 없을 수도 있을 그 무언가를 느끼는 그 순간, 지나온 여정의 혹독함도 기쁨의 눈물 한 방울에 녹아내리고 현실의 걱정거리들도 서로의 촉촉한 웃음 한마디에 덜어낼 수 있는 것이다. 생애 최고의 추억이 되는 것이다.
사실 핸드볼을 소재로 한 영화는 스포츠 영화라는 점에서 구태의연한 스토리 혹은 전형적인 캐릭터 설정 등 상업지향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 임순례 감독은 비인기종목인 핸드볼 선수들의 애환에 더 관심이 있었고, 우려와는 달리 장황하고 억지스런 설정 혹은 설명씬이나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분위기 등은 가능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몇몇 장면이나 대사에서 내 개인적으로는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닭살스럽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긴 하였지만 그건 관객 개개인의 취향 차이를 위한 장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작품이 저예산 인디영화가 아닌 상업영화의 성격을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이상 임순례 감독은 다양한 관객의 취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소외된 인생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잃지 않는 임순례 감독의 전작에서의 본질과 정신은 변질되지 않고 계승되어 한층 발전되었다고 생각한다.
미숙(문소리 분)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핸드볼을 하던 여자아이에게 물었던 말.
"핸드볼 재밌어?"
"네~!"
하고 해맑은 웃음으로 대답하는 아이를 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그 아이의 장래를 염려하여 말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고, ‘나는 안재밌는데’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아이에게 그렇게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은 ‘꿈’이라는 것, ‘희망’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꿈과 희망을 믿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이에게는 먼 미래로만 보이던 그 순간은 어쩌면 매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아마도 그녀는 최선을 다하고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던 마지막 순간에 ‘핸드볼 재밌다!’ 라고 마음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 justleesty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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